심리·최면상담 불안하면 손이 떨려 계약서 사인도 못하던 40대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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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사별 후 생계를 위해 일을 나가야 하는데, 손이 너무 떨려 근로계약서에 싸인을 할 수 없다던 여성이 최면상담 후 불안을 극복하고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호소문제: 떨리지 않고 계약서에 싸인을 할 수 있고, 모르는 사람 눈도 똑바로 쳐다볼 수 있게 되고 싶다. 그래서 돈을 벌기 위해 일을 시작하고 싶다. 외출하려면 가스밸브를 수십번 확인하는데, 이런 강박증도 고치고 싶다.
신상정보: 40대 초반 여성
사례자분은 상담에 오셔서 “계약서에 싸인을 해 빨리 일을 시작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2년 전 교통사고로 남편과 사별했는데 당시 충격이 너무 커 일주일간 귀가 잘 들리지 않았다고도 합니다. 시간이 흘러 마음을 추스르고 나니 생계를 위해 당장 돈을 벌어야 하는 현실에 마주하게 되었는데, 사례자분에게는 남모르는 고충이 하나 더 있었다고 합니다.
어려서부터 모르는 사람을 만나면 손이 많이 떨렸다고 하는데, 일을 하려면 근로계약서에 싸인을 해야 하는데 손이 너무 떨려 싸인을 못해 그동안 일을 할 수 없었다는 겁니다.
사례자분의 얘기를 듣고 처음에는 ‘손이 아무리 떨린다 해도 그렇지, 그 간단한 싸인을 못해 일을 시작할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얼마나 손이 떨리기에 싸인도 못할 지경이신지 여쭈어 보았습니다.
그러자 사례자분은 직접 보여주겠다며 볼펜을 손에 쥐고 종이에 싸인을 하려고 하셨는데, 그 순간 눈앞에 신기한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사례자분의 손이 마치 국자를 잡고 가마솥을 크게 휘젓듯, 볼펜을 쥔 손을 공중에서 좌우로 크게 흔들면서 싸인을 못하시는 겁니다. 손이 50cm 정도 좌우로 크게 왔다갔다 하면서 떨리는데, 일부러 연기를 하시는 건가 싶게 느껴질 정도로 손 떨림이 심했습니다.
사연을 들어보니 사례자분은 어려서부터 불안이 심한 아이였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떨림이 심해 책을 읽으려고 일어나면 책을 쥔 손이 크게 떨려 책을 읽기도 힘들었다고 하는데, 커가면서도 어디가서 모르는 사람 앞에서 서류에 싸인을 할 일이 생기면 한달 전부터 창피 당할까봐 걱정되어 잠을 설치게 되고, 어떻게 해서든 불안한 상황을 피하면서 지내셨다고 합니다.
한동안은 남편을 만나 아이 키우면서 불안한 상황을 피하더라도 별다른 문제없이 잘 지내왔는데, 이제 아이를 홀로 키워야 하는데 불안한 상황을 계속 피하다 보면 돈을 벌 수 없어 막다른 길에 다다른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상담경과
사례자분은 속초에서 3시간 고속버스를 타고 오셨는데, 왕복 6시간이나 걸리기 때문에 한번에 2회기씩 진행되는 더블세션을 예약하고 방문하셨습니다.
증상을 고치고 극복하겠다는 동기도 높으셨고, 최면반응성도 좋은 편이라서 최면상담 과정은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2회기가 한번에 연속해서 진행되는 1, 2차 세션에서는 최면중 불안 원인 탐색을 시작했습니다. 국어시간에 선생님이 일어나 책을 읽으라고 하는데 손이 많이 떨리는 순간부터 시작해, 2살 때 엄마 아빠가 싸우는걸 앉아서 보고 있는데 아빠가 엄마를 때리고 자신도 때릴까봐 불안해 해면서 온몸이 떨리는 순간까지 여러 사건들이 탐색되었습니다. 그런데 사례자분의 무의식 탐색과정에서는 보통의 경우와 조금 다른 특징이 관찰되었습니다.
최면 상태에서 진행되는 원인 탐색은 의식상태에서 과거 기억을 회상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최면 중에는 과거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자신이 되어서 현실처럼 재경험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한 골프선수는 최면중의 체험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진짜 애기가 된 느낌이었어요. 막 눈을 뜨면 엄마도 보이고요, 저는 되게 작았고요, 진짜 신기했어요. 그걸 제가 몸으로 다 느꼈어요. 그때는 제가 어른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그 경험에 푹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최면상태에서는 이렇게 어린시절 자아가 되어 과거 사건을 재경험하는 것이 가능해지지만, 이를 체험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납니다.
어린시절 사건을 재경험할 때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지만, 보통은 옆에서 볼 때 사례자가 무슨 체험을 하고 있는지 알기 어려울 정도로 겉으로는 별다른 변화 없이 그저 누워서 눈감고 있는 것처럼 보이며 과거탐색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은 과거 사건을 재경험 할 때 과거 자아가 되어 목소리 톤까지 바뀌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례자분의 경우도 과거 자아와의 몰입이 깊어서인지 2살 때로 가면 마치 2살 아이가 말하는 것처럼 목소리도 바뀌곤 했습니다.
이렇게 최면중 자아변환이 크게 나타나는 분들의 경우, 평소에 의식적으로 모르고 있었더라도 과거 자아의 영향을 많이 받는 체질일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초등학교 때 책을 읽으며 많이 떨었더라도 어른이 되면서 과거자아가 성인자아로 통합되면서 불안이 덜해지는 경우가 많지만, 자아변환이 크게 일어나는 분들의 경우 어른이 되어서도 과거 자아의 감정적 영향을 있는 그대로 받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분들의 경우 다행히도 최면중 과거 자아가 겪는 힘든 감정들을 해소해 주고 나면 증상 회복이 빠르게 일어나는 편입니다.
일주일 지나 진행된 다음 상담에서 사례자분은 최면상담을 받은 후 불안이 절반 정도 줄어든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전에는 불안이 10점 중에 10점이었다면 최면 후에 4~5점 정도로 줄어들어 한결 편해진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2번째 상담에서도 과거자아가 겪는 불안을 탐색하고 해소하는 절차를 진행했는데, 사례자분이 좋아지겠다는 마음으로 잘 참여해주셔서 불안이 시작되는 원인 뿌리까지 탐색할 수 있었습니다.
한번에 2회기씩 진행된 4회기 상담 이후 사례자분은 불안이 많이 줄었다면서 이렇게 소감을 말씀하셨습니다.
“처음엔 아무리 멀어도 10번이라도 가서 꼭 고쳐야지 생각했는데, 2번째 최면상담 끝나고 나서 마음이 편해지니까 3시간 고속버스 타고 가는 것이 귀찮게 느껴지고 꽤가 나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오기가 조금 망설여졌었어요.”
“불안이 편해지니까 이제 일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 간호조무사 교육에 등록해 교육을 받기도 했어요. 새롭게 일을 배우고 시작할 생각하니까 설레는 마음이 컸는데 불안이나 떨림은 없었고, 새로 만나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는 것도 괜찮았어요. 모르는 사람 앞에서 교육 신청서에 싸인도 할 수 있었고요.”
“게다가 전에는 어디에 가더라도 사람들 피해 맨 뒷자리에 숨듯이 앉곤 했는데, 이번에는 맨 앞자리에 앉았어요. 그러고 있는 제가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하더라고요. 그리고 가스불 확인도 많이 줄어서 전에는 수십번 확인했었는데, 지금은 2~3회 정도로 줄어들었어요”
사례자분이 목표했던 증상들이 좋아졌기에, 마지막 상담에서는 재발을 방지하는 마무리 상담을 끝으로 최면상담이 마쳐졌습니다.
(사례 공개를 동의해 주신 분들에 한해, 익명으로 상담사례 게시판에 담고 있습니다)